이선주에게 여행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현재의 자신을 확인하는 시간이다. 여행은 자신을 발견하는 경험이다. 그는 여행이라는 단어를 자신만의 관점으로 해석한다. 사회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가족의 구성원, 직업인, 공동체의 일원으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 작가는 이러한 역할에서 벗어 났을 때 자신을 더욱 선명하게 인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작가는 여행을 나그네가 떠나는 이동(旅行)이 아니라 여성으로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과정(女行)으로 해석한다.
작가의 발걸음은 우도, 거제도, 남프랑스, 도쿄, 라스베가스 등 세계의 여러 곳으로 이어졌다. 그는 새로운 지역을 방문할 때 관광 명소보다 자신의 시선이 머무는 대상을 먼저 관찰한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와 들꽃, 숲속의 식물과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바다가 그것이다. 여행지에서의 관찰은 풍경을 기록하고 동시에 자신이 무엇에 이끌리고 무엇을 중요하게 바라보는 사람인지를 확인하는 과정이 된다.
이선주의 사진은 여행지에서 시작되지만 결과물은 정물사진으로 귀결된다. 작가는 여행을 마친 뒤 일상으로 돌아와 현장에서 경험한 감각과 기억을 다시 정리한다. 여행지에서 만난 꽃과 식물, 색채와 형태, 빛과 공기의 인상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내면에 남는다. 그는 이러한 기억을 바탕으로 사물을 선별하고 조합하며 새로운 화면을 만든다. 여행지에서 얻은 경험은 재배치와 연출의 과정을 거쳐 정물사진으로 전환된다. 따라서 관람자는 특정 장소의 풍경을 보는 데 머무르지 않고 그 장소를 경험한 한 사람의 시선과 마주하게 된다. 이 방식으로 작가는 사진이 가진 기록성을 유지하면서도 회화적 화면을 구현해왔다.
이선주의 최근 작업은 여행을 통해 발견한 자신을 정물사진으로 번역하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여행은 작가에게 자신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고, 정물은 여행의 기억을 현재로 불러오며, 그 경험을 타인과 공유하게 하는 매개가 된다. 자연은 그 사이를 연결하는 매개가 된다. 작가는 낯선 장소에서 얻은 기억과 감정을 사물의 형태로 재구성하고 이를 사진으로 제시한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여행은 하나의 경험을 넘어 지속적으로 재해석되고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