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민 작가는 거장들의 삶과 예술적 고뇌를 공간으로 그렸다. 이 공간은 문과 커튼으로 가려진 비밀스러운 공간으로 관람객은 문의 틈, 커튼 너머를 들여다봐야 한다. 거 장들의 비밀스럽고 치열한 공간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며 남경민의 안내에 따라 거장들의 공간으로 들어간다. 남경민의 작품에 등장하는 공간은 작가가 실제로 답사를 해서 살펴본 공간인 경우도 있고, 현재 존재하지 않는 공간을 상상으로 구현해낸 공간도 있다. 모든 공간들은 남 경민의 상상을 통해 실존했던 거장의 작품 세계를 기반으로 하여 재구성된다. 이 공 간 안에는 거장의 공간을 완성시키기 위한 다양한 오브제로 채워진다. 시간의 유한성과 삶의 소중함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해골과 초, 작가의 투명하리만치 순수한 내면을 표현하는 유리병, 끝내 이루지 못하였지만 늘 가슴에 품었던 이상을 담은 날개, 신에 대한 경외와 숙명을 이야기했던 예수 고상 등의 은유의 상징물들이 공간 속을 채우고 있다. 이 오브제들은 공간 속에서 특별한 규칙 없이 무심하게 존재한다.
이 오브제들 중에서 작가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책으로서 등장하는데, 거장의 스승들과, 당대에 주류를 차지했던 미술계의 담론과 주요 도서가 자리하고 있기도 한다. 이 모든 것들의 영향을 받아 활동했던 거장은 비어있는 의자로 은유했다. 비어 있는 의자는 거장의 부재를 이야기하지만 남아 있는 자리는 거장의 존재를 각인 시 키 고, 또 다른 빈 의자들은 작가 남경민과 작품을 감상하는 감상자 누구라도 거장과 한자리에 앉아 예술로서 시대와 공간을 넘어 소통할 수 있음을 표현한다.
거장이 살아간 당대를 소환하는 가구들은 현대로 소환되면서 현대의 기물과 자연스럽게 섞여들고 이 시간의 교차지점은 거장의 예술이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도 유의미함을 알린다. 과거와 현대가 중첩되어 있는 느낌을 받는데 이런 양상이 보다 두드러지지는 것은 한국 문예인의 방이다. 과거와 현대가 중첩되어 있는 느낌을 받는데 이런 양상이 보다 두드러지는 것은 한국 문예인의 방이다. 김홍도의 방에 커피 기계와 유화 붓이 놓이고, 황진이의 방에 러그가 깔린다. 신사임당의 방 거대한 거울 너머에 이젤이 놓여 있다. 나아가 거울에 비친 장면, 창문 너머의 정원, 그리고 작품 속에 걸린 거장의 작품을 통해 공간은 무한히 확장된다. 창문 밖에는 언제나 자연이 함께하고 있는데 작가에게 있어 자연은 창작의 근원적 에너지를 얻는 곳이면서 예술의 큰 스승이기도 하다. 창 문 너머의 서로 다른 풍경은 공간을 넘나드는 초현실적인 풍경을 만든다.
정원은 남경민이 생각하는 이상향이다. 작업실을 투시도법을 활용해서 깊이감을 중점 적으로 표현했다면 정원 시리즈는 보다 평면적인 느낌이 강하다. 하늘이 푸르고 꽃이 만발한 한낮, 수영장이 보이는 이 한적하고 아름다운 공간에는 티 테이블이 놓여 있으며, 거장들과 남경민이 오롯이 만나는 티타임이 준비되어 있다. 작품에는 대부분 나비 가 날아다니고 있는데, 나비는 남경민의 영혼이면서 거장들과 남경민을 이어주는 매 개체이자, 관람객을 공간 안으로 불러들이는 안내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
작가는 밤의 정원 작업도 이어나가고 있는데 사위가 어두워진 밤의 시간, 시야의 한계 속에서 가장 빛나는 것은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는 나비, 반짝거리는 수영장 그리 고 아름다운 고전 양식의 건물이다. 평화로운 밤의 정원에서 작가는 사위가 고요해진 가운데 고독을 느끼면서 내면을 깊이 돌아보고 스스로를 성찰하며 자신만의 온전한 유토피아를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