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RAN KANG 강애란

  • 강애란 1번 이미지
작가소개
강애란은 30여 년 동안 책(Book)을 중심으로 지식과 기억, 인간의 관계를 탐구해 왔다. 책은 언어를 통해 축적된 사유와 지식을 시대와 장소가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매체다. 작가는 이러한 책의 특성에 주목하며,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따라 변화하는 책의 존재 방식과 그 의미를 작품에 담아왔다. 이러한 관심은 초기 「보따리」 연작에서 「Lighting Book」, 「Singing Books」를 거쳐 가상현실(VR) 프로젝트로 이어진다.
초기 「보따리」 연작에서 강애란은 책을 천으로 감싸 그 안에 담긴 지식과 개인의 기억을 표현했다. 외부에서 내용을 확인할 수 없는 보따리는 내부에 대한 상상을 불러일으키며, 책을 보이지 않는 시간과 기억을 간직한 대상으로 제시한다. 이후 「Lighting Book」 연작에서는 실제 책의 형상에 LED를 결합해 활자를 빛이라는 시각적 요소로 전환했다. 여러 권의 라이팅 북이 모여 서가와 도서관을 이루면서 작가의 관심은 개별적인 책에서 책들이 놓이는 장소로 확장되었다.
「Singing Books」에서는 빛에 소리가 더해진다. 관람자가 작품에 접근하면 센서가 움직임을 인식하고 책에서 소리가 흘러나온다. 시각에 의존하던 독서는 청각과 신체의 움직임이 개입하는 경험으로 확장된다. 관람자는 작품을 바라보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움직임을 통해 작품과 상호작용하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VR 프로젝트에서 더욱 구체화된다. 가상공간에서 관람자는 책을 선택하고, 그 안에서 선별된 문장과 소리를 만난다. 허공에 나타난 활자는 신체 주변을 움직이거나 몸을 통과하며, 관람자의 선택에 따라 이동 경로와 주변 장면도 달라진다. 책을 읽는 행위는 가상의 장소를 직접 이동하고 탐색하는 경험으로 이어진다.
강애란의 작품세계를 이해하는 또 하나의 개념은 미셸 푸코의 헤테로토피아(Heterotopia)다. 현실 안에 존재하면서 일상과 다른 질서가 작동하는 장소를 의미하는 이 개념은 서로 다른 시대와 문화, 사상을 한곳에 모으는 도서관과 연결된다. 강애란은 책을 매개로 다양한 시간과 기억을 불러들이고, 현실과 가상을 교차시키며 도서관의 의미를 확장해 왔다.
강애란의 작업에서 중요한 것은 기술 자체보다 책을 통해 지식과 기억이 전달되고 공유되는 방식이다. 작가는 빛과 소리, 센서와 가상현실을 활용해 책과 인간의 관계를 시각과 청각, 신체적 경험으로 확장해 왔다. 30여 년간 이어진 이러한 탐구는 책이라는 일관된 주제 안에서 동시대의 매체와 기술을 수용하며 발전해 온 강애란의 작품세계를 보여준다.

Related ArtworksVIEW ALL

검색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