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페이 카도(1978년생)는 무사시노 미술대학 공예공업디자인학과에서 금속공예를 전공하고, 이후 일본을 중심으로 조형예술 가로서의 활동하고 있다. 그는 일상의 평범한 사물들을 수집하고, 그것들을 조합하거나 변형하는 과정을 통해 집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 분페이 카도의 작업에서 가장 핵심적인 방법론은 전형적이고 익숙한 사물들을 조형적으로 재현한 후, 그것들을 이질적 요소와 병치하거나 구조적으로 결합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그의 작업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드럼통, 탱크, 서랍, 의자, 가정용 가구 등은 통상적인 맥락에서는 기능적이고 일상적인 오브제이나, 작가의 손을 거치면 상호 간의 결합과 재배치를 통해 의미작용의 재구성이 일어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사물이 가진 외관의 재현이 아니라, 그것이 지닌 기호적 속성의 강화 혹은 탈 기호화 과정이다.
작가는 금속과 목재 등 다양한 매체를 가공할 때, 대상의 물리적 속성은 의도적으로 노출하거나 반대로 위장한다. 예컨대 금속 표면에 인위적인 산화 흔적을 더하거나, 목재의 접합부를 감추는 방식으로, 시간성과 마모감을 사후적으로 조형화한다. 그 결과로 만들어지는 오브제는' 기성품처럼 보이는 비 기성품'이라는 역설적 속성을 지닌다. 이는 전통적인 공예의 숙련성과 현대 조각의 개념성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성립된다.
특히,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기린(Giraffe)"은 산업 구조물과 생명체의 하이브리드 형상을 취하고 있다. 구조적으로는 철제 기둥과 목재 블록이 사용되며, 외형적으로는 장식적 기린의 실루엣을 환기시키지만, 전체적으로는 기계적이고 비유기적인 구성이다. 이는 구조물의 수직성과 동물적 형상의 결합을 통해, 고정된 이미지 체계를 해체하는 동시에 새로운 조형 질서를 제시한다. 여기서' 기린'은 상징이 아닌 구조이며, 자연과 기계, 유기성과 비유기성, 생물과 건축 사이의 긴장 상태를 물리적으로 구현한 사례이다.
이와 같은 긴장감은 카도의'집'에 대한 연작들에서도 관찰된다. 작가는' 집'을 물리적 거주 공간이 아닌, 조형적 단위로 환원시키며 이를 다양한 조합 실험의 핵심 요소로 삼는다. 스케이트보드 위에 놓인 집, 드럼통 속에 삽입된 집, 철탑에 매달린 집 등은 모두' 기반'이라는 개념에 관한 조형적 탐구의 결과물이다. 이러한 작업은 기반의 부재, 기반의 변형, 기반의 전도라는 세 가지 방향성을 중심으로 전개되며, 공간적 안정성과 구조적 위계에 대한 인식을 전복시킨다. '집'은 더 이상 주거나 정주의 상징이 아니라, 불완전한 조형 단위, 또는 관계적 구조로 기능한다.
"Floating Island"도 이러한 카도의 시선의 연장선에 존재한다. 카도에게 있어' 부유(浮)'는 물리적 개념이자 조형적 조건이다. 이 전시에서 작가는 실제 클라이밍 벽을 모티프로 한 구조물 위에 집, 나무, 생활 도구 등의 조형 단위를 배치함으로써, 중력과 구조, 그리고 표면 사이의 관계성을 탐색한다. 특히 클라이밍 홀드를 기반으로 한 돌출 구조 위에 놓인 집의 형상은 지면의 부재, 즉' 기반 없음'의 상태를 시각화하며, 불안정성과 임 시성이라는 조형 조건을 극대화한다.
카도의'집'은 때때로 기하학적인 형태를 가지고 생명 체적 요소(새싹, 가지, 동물 형상 등)와 병치된다. 이 병치는 유기체와 기계 구조 사이의 혼종성을 보여주며, 조각의 내부로 생물학적 시간성을 유입시키는 장치로 작동한다. 집의 구조가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이거나, 반대로 생물적 형상이 건축적 질서를 따를 때, 그의 조형은 생태적 조각이나 환경적 구조물로 읽히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명시적 담론으로 환원되지 않으며, 오히려 기호적 충돌과 조형적 위반을 통해 자율적인 조형 체계를 구축한다.
카도의 작품은 외형적으로는 일상적인 분위기를 지니지만, 내부적으로는 조형 질서와 구조적 시스템의 치밀한 해체와 재조립의 과정을 거친다. 조형 단위는 독립적인 개체가 아니라, 인접 구조물과의 긴장 관계 속에서 의미를 획득하며, 이는 시각적 즐거움이 아닌 조형적 전위로서 기능한다. 이러한 조형 전략은 그의 작품이 단순한 시각적 유희나 도상적 상징을 넘어서, 구조적 실험을 일환으로 자리매김하게 한다.
요컨대, 분페이 카도의 작업은 조형적 해체와 구조적 병치를 통해 사물의 의미와 위상을 변형시키며, 일상적 오브제와 조형 시스템 간의 관계를 재구성한다. 그의 작업은 기능과 의미, 질료와 구조, 기호와 조형 사이의 경계에서 새로운 조형 언어를 탐색하는 실험적 실천이며, 이로써 그는 동시대 조각의 영역을 물질적, 구조적으로 확장해 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