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g Jin 정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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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소개
정진 작가는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다층적 회화를 선보이고 있다. 그의 작품은 사 실적인 풍경 위에 2차원적인 그래픽 디자인 이미지나 신화·동화 속 캐릭터 등을 겹쳐 배치하여,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의 이야기를 한 화면에 담아낸다. 이러한 중첩된 이 미지들과 강렬한 원색 위주의 색채는 화면에 독특한 긴장감을 형성하며, 동화적인 장 면속에 작가의 내면 불안감이 투영되어 관람자의 시선을 모호하게 만든다. 작품을 쌓아 올리는 과정에서 전통적인 풍경화 기법과 현대 대중문화 이미지를 결합하며, 회 화 평면의 한계를 끊임없이 실험하는 것이 정진 작품 세계의 큰 특징이다.
정진은 개인적 기억과 보편적 서사를 중첩시키는 방식으로 작품을 전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평범한 일상 풍경에 어린 시절 기억의 사물들을 부조리한 크기로 삽입하여, 과거와 현재가 한 화면에 공존하는 데자뷰적 장면을 연출했다. 작품 한쪽에는 잠자는 숲속의 공주, 헨젤과 그레텔, 행복한 왕자 같은 동화 이미지를 등장시켰는데, 겉보기에는 해피엔딩 이야기들이지만 그 이면에 비극적 결말이 숨어 있는 동화들로서 '평온 한 일상 속에 곧 닥쳐올지 모를 비극'에 대한 작가의 불안을 투영한 것이다. 이러한 보편적인 동화 장면을 자신의 사적인 풍경과 겹쳐 넣음으로써, 작가는 자기 기억을 한 발짝 떨어져 관조하고 객관화하려는 태도를 취한다. 모글리 캐릭터를 현대 문명 세계에 데려온 상상이나 도시 풍경 위에 스누피와 찰리 브라운 같은 만화 캐릭터를 등장시킨 시리즈 등 현실과 비현실이 공존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이후에도 '악몽의 밤', '소쩍새가 우는 오후/밤', '동아줄이 내려오는 밤' 등의 작품을 통해 인간 삶을 움직이는 욕망과 그 사이의 충돌·투쟁 관계를 다루었으며, 한국 전래 설화(소쩍새 전설, 해와 달이 된 오누이), 그리스 신화(시시포스), 디즈니 애니메이션(인어공주, 알라딘의 지니) 등 동서고금의 다양한 이야기를 암시하는 이미지를 화면 곳곳에 배치했다. 이러한 요소들은 작품 내에 숨겨진 내러티브의 단서로 작 용하여 관객에게 삶의 희로애락과 교훈에 대한 해석을 유도하지만, 정진은 그것을 직 접적으로 설명하기보다 여러 겹의 상징으로 암시하며, 그 결과 관객은 한 작품을 오래 들여다보며 층층이 쌓인 이야기 조각들을 찾아내고 연결 짓는 능동적 감상을 경험하게 된다.
정진은 평면 회화의 확장 가능성을 탐구하며 독자적인 기법을 발전시켜왔다. 원근법에 맞게 세밀하게 그린 실제 풍경과 만화영화에서 따온 평면적 캐릭터 이미지가 한 화면에 공존하는 이질적 병치가 두드러진다. 또한 인쇄매체에서 추출한 그래픽 디자인 이미지, 만화에서 감정을 극대화하는 효과선 등을 덧붙여 전혀 다른 차원의 시간대와 서사를 암시하는 시각 요소들을 층층이 쌓는다. 이러한 복합 이미지들은 때로 콜라주처럼 보이지만 모두 손으로 직접 그린 것으로, 작가는 얇은 선을 반복하거나 형광색을 밑에 깔고 그 위에 원색 물감을 여러 번 덧칠하는 등 공들인 회화적 기술을 통해 화면에 깊이를 더한다.
형식 실험에도 적극적이어서, 'Folded Screen' 시리즈에서는 나무 패널에 종이를 씌우고 일부를 오려내어 평면 회화에 물리적 레이어를 만들었다. 종이를 오려낸 부분마다 뒤에 숨은 이미지가 드러나고, 종이 가장자리의 여백을 통해 겹겹이 누적된 화면 층을 의도적으로 노출시켰다. 이는 작품을 이루는 재료 자체를 드러내는 기법으로서, 각 이미지 레이어의 경계를 분명히 하면서도 전체적으로는 하나의 통합된 서사를 이루게 한다. 색채 면에서도 대비되는 기법을 구사하는데, 넓게 깔린 단색 배경 위에 가느다란 선묘를 겹쳐 투명한 OHP 필름을 여러 장 포개놓은 듯한 효과를 내거나, 선명한 원색과 형광톤을 교차시켜 화면에 팽팽한 긴장감을 부여한다.
정진의 작업은 경계에 선 시각언어로도 특징지어진다. 디지털 시대 이전과 이후를 모 두 경험한 세대답게, 직접 실물을 관찰해 그리는 전통 화법과 사진·영상 등의 간접이 미지로부터 영향을 받는 현대적 감각을 한데 융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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