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자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성신여자대학교에서 판화로 석사 학위를 받은 후, 뉴욕에서 방문 예술가로 활동하면서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 김희자 작가는 롱아일랜드의 바닷가 숲속에서 자연을 통한 치유를 경험했다. 땅에서 자라 하늘로 뻗어나가는 나무를 보면서 생명력과 우주의 에너지를 느꼈다.
작가는 기(氣), 즉 우주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있어 과학이 가진 한계를 인지하고 오로지 인간 무의식 속의 감성만이 본질에 대한 이해와 교감을 가능하게 한다고 생각했다. 작가에게 있어 작업은 우주적 비밀과 교감할 수 있는 활동이기에 끝없이 나무들로부터 영감을 얻으며 활동을 지속해왔다.
횡단이 아닌 종단으로 자른 나무는 독특한 나뭇결을 드러내며, 결과 조화를 이루는 붓 터치는 작품에 시각적인 쾌감을 전한다. 특히 험난한 환경에서 자라온 나무의 나뭇결은 바람이나 파도의 움직임을 연상시키는 역동성을 띠며, 이러한 특성이 김희자의 작업으로 이어진다.
작가가 즐겨 사용하는 거울은 동양에서 마음을 상징하는 사물로 여겨져 왔다. 거울은 평시에는 완전히 비어있는 공간이면서 비치는 대상이 존재할 때 비로소 그 대상이 들어서게 된다. 이 비어있음에 대해서 작가는 사유할 수 있는 순간을 만들어내는 특별한 공간으로서 인식했다. 특히 작가가 어린 시절에 만화경을 보면서 가졌던 새로운 공간에 대한 갈망은 작품에서 드러나는데 거울이 작품 속에서 다양한 형태로 삽입되어 작품의 공간을 확장하거나 관람객이 작품 속으로 들어오도록 초대한다.
거울이 삽입된 입체적인 오브제와 같은 형태의 작업을 만들어 내는데 주로 삼각형 형태이다. 삼각형은 도형을 이루는 최소 단위이면서, 나, 너 그리고 또 다른 사람이라는 사회의 최소단위로 관계성을 표현한다. 작업에서는 삼각형 내부에 또 다른 삼각형을 넣고, 거울을 통해 공간감을 구성하며 반사된 이미지가 각도에 따라 다르게 보이도록 한다. 내부의 거울을 통해 세 개의 면에서 반사되어 만들어진 허구적 공간은 현실 세계가 인간의 인지를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가상 공간임을 이야기한다.
병풍처럼 펼쳐지는 파노라믹 한 작업은 등분된 선마다 거울을 수직으로 넣어 작품의 서사 가운데 반사되는 면이 생겨나게 되어 작품을 감상하는 시간 속에 사유의 순간을 넣고자 했다. 관람객은 거울을 통해 확장되는 작품의 공간 속을 거닐면서 작품의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게 된다. 박스형 작업은 나무로 된 박스의 내 외면에 그림을 그린 후, 내부 공간을 반사하는 거울을 삽입한 것이다. 관람객은 이 작업을 통해 박스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으며, 작품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만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