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e Hyesun채혜선

  • 채혜선 1번 이미지
작가소개
채혜선은 일상의 장면과 소비문화 속 이미지를 수집하고 반려견 룽키의 시선을 중심으로 서사를 만들어나간다. 작가의 작품에는 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캐릭터, 브랜드 로고, 포장재, 기념품, 생활용품 등이 가득하다. 작가는 친숙한 시각 언어를 활용하지만 그 안에는 현대인의 생활 방식과 소비 습관, 반복되는 행동에 대한 관찰이 담겨 있다.
채혜선은 일상 속에서 반복적으로 이루어지는 소비에 주목해 왔다. 현대인들은 온라인 쇼핑을 이용하며 택배를 기다리고 카페에서 음료를 구매하는 생활을 반복한다. 이러한 소비 중심의 생활 방식은 폐기물 증가와 같은 환경 문제로 이어진다. 다만 그는 무거운 문제의식을 직접적으로 전달하기보다 유쾌하고 친근한 방식으로 접근한다. 익숙한 이미지를 활용해 관람자가 자연스럽게 자신의 생활을 돌아보도록 유도하는 태도는 채혜선 작업을 이해하는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다.
이번 여행 연작에서도 이러한 시선은 이어진다. 일반적으로 여행은 새로운 장소를 경험하고 휴식을 즐기는 활동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채혜선은 여행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본다. 그에게 여행은 일상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구가 지속적으로 되풀이되는 경험으로 이어진다. 작가는 여행을 둘러싼 심리적 움직임에 관심을 가졌다. 실제 이동보다 중요한 것은 떠나고 싶다는 마음이며 새로운 장소를 상상하는 과정이다. 지루한 현실, 다른 삶을 경험해 보고 싶은 기대, 언젠가 가고 싶은 장소를 꿈꾸는 상상력은 모두 여행 안에 포함된다. 채혜선은 이러한 심리를 화면 속에 담아내기 위해 일상과 여행의 이미지를 한 공간 안에 배치한다.
채혜선의 작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존재는 룽키다. 룽키는 오랜 시간 동안 작가의 뮤즈이자 페르소나였다. 작가는 룽키와 함께 산책하며 발견한 풍경과 사물을 기록해왔다. 최근 작업에서는 작가 자신의 모습이 자주 등장하며 화면 속 룽키의 비중이 이전보다 줄어들었다.
작가는 여행 연작에서 스타벅스의 "빈 데어(Been There)" 시리즈 컵을 그렸다. 여행자는 특정 지역을 방문한 뒤 기념품을 구입한다. 이러한 물건은 방문의 흔적을 남기고 기억을 보관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동시에 아직 가보지 못한 장소에 대한 기대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채혜선은 컵이 가진 이러한 특성에 주목했다. 한 개의 컵은 과거의 경험을 떠올리게 하고 미래의 계획을 상상하게 만든다. 따라서 작품 속 컵은 여행의 기억과 욕망, 기대와 계획을 담아내는 시각적 장치가 되는 것이다.
선명한 색채와 단순화된 형태, 익숙한 이미지의 사용은 화면에 경쾌한 리듬을 형성한다. 작가는 복잡한 설명보다 직관적인 이미지의 힘을 활용하며 현대인의 생활을 쉽고 명확하게 전달한다. 알랭 드 보통은 예술가란 무심히 지나쳤던 장소를 새롭게 바라보게 만드는 역할을 수행한다고 말한다. 채혜선 역시 이러한 관점에 공감한다. 그는 특별한 사건보다 평범한 장면에 관심을 기울이며 익숙한 사물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한다. 여행을 다루는 이번 연작 또한 유명 관광지나 극적인 경험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두지 않는다. 오히려 사람들이 반복적으로 계획하고 기대하며 기억하는 여행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데 관심을 둔다. 관람자는 작품 속 오브제를 통해 자신의 생활을 돌아보고 여행의 이유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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